게이밍 셋업 앞에서 팀전을 준비하는 모습

디스코드에서 사람을 모아 내전을 시작할 때 가장 오래 걸리는 단계는 게임 실행이 아니라 팀을 나누는 대화입니다. 음성 채널에는 이미 열 명이 다 들어와 있는데, 누가 어느 쪽으로 갈지 정하는 데 십 분이 지나갑니다. 팀원뽑기로 한 번 돌리면 몇 초에 끝나는 일인데도, 결과가 뜬 뒤에 “이건 아니지”라는 말이 한 번 나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이 글은 버튼을 누르는 방법이 아니라, 누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조건을 다룹니다. 순서는 셋입니다. 왜 랜덤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지 짚고, 실제로 나올 수 있는 편성이 몇 가지인지 세어 보고, 다시 나눌 조건을 판 시작 전에 문장으로 박아 둡니다.

랜덤 팀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이유

불공평하다는 느낌은 섞는 과정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은 기대에서 나옵니다. 내전에 모인 사람은 각자 머릿속에 조건을 하나씩 들고 있습니다. 잘하는 두 사람은 갈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친구와 같은 팀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직전 판에서 진 쪽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방에 같이 있습니다. 이 조건들은 대부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섞기는 그 조건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는 누군가의 말하지 않은 규칙을 어깁니다. 이때 사람은 자기 기대가 어긋났다고 말하지 않고 “뽑기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바꿔야 할 것은 도구가 아니라 조건을 꺼내는 순서입니다. 균형이 필요하면 균형을 조건으로 먼저 말해야 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면 균형은 결과 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편성을 볼 때 사람은 자기 팀의 약한 자리를 먼저 봅니다. 상대 팀에도 비슷한 수의 약한 자리가 있지만 그건 세지 않습니다. 그래서 양쪽이 동시에 자기 팀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두 팀이 모두 불만이라면 그 편성은 오히려 균형이 맞은 편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나올 수 있는 팀 조합은 몇 가지인가

체감을 숫자로 바꿔 보면 이 대화가 짧아집니다. 아래는 인원별로 서로 다른 편성이 몇 가지 만들어지는지 센 값입니다.

인원별로 만들 수 있는 서로 다른 팀 편성 수
인원편성서로 다른 팀 조합 수
6명3대310가지
8명4대435가지
10명5대5126가지
12명6대6462가지

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열 명 중 다섯 명을 골라 한 팀으로 묶는 방법은 252가지입니다. 그런데 뽑힌 다섯 명을 A팀이라고 부르든 남은 다섯 명을 A팀이라고 부르든 편성의 내용은 똑같습니다. 어느 쪽에 A라는 이름을 붙이는지는 구성을 바꾸지 않으니, 같은 편성을 두 번 센 셈입니다. 그래서 2로 나눠 126가지가 됩니다. 여섯 명, 여덟 명, 열두 명도 같은 방식으로 센 값입니다.

여기서 얻을 결론은 하나입니다. 열 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편성이 126가지라면, 그중에는 한눈에 한쪽이 세 보이는 편성도 당연히 섞여 있습니다. 그런 편성이 나왔다는 사실은 섞기가 고장났다는 증거가 아니라, 가능한 결과 하나가 나왔다는 뜻입니다. 126가지 중 어느 것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을 미리 공유해 두면, 결과를 보고 도구를 의심하는 단계 자체가 빠집니다.

인원이 두 명 늘 때마다 편성 수가 몇 배로 뛴다는 것도 알아 둘 만합니다. 열두 명이면 462가지입니다. 매주 모여도 편성 전체가 똑같이 반복되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번에도 이랬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사람이 편성 전체를 기억하지 않고 신경 쓰이는 두 사람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특정 두 사람이 또 같은 팀이 되는 일은 몇 판만 돌려도 나옵니다. 반복이 아니라 보는 범위가 좁아서 생기는 착각입니다.

완전 랜덤과 지정 사이

완전 랜덤과 완전 지정 사이에 쓸 만한 중간 단계가 있습니다. 부분 고정입니다. 기준이 되는 두 명을 양쪽에 한 명씩 먼저 앉히고, 남은 인원만 섞습니다.

고정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은 실력 순위가 아니라 역할입니다. 한 자리를 혼자서 버텨 주는 사람, 지시를 정리해 주는 사람, 처음 온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후보입니다. 이 두 명이 갈라져 있으면 어느 쪽도 진행이 비지 않습니다. 남은 사람은 팀원뽑기에 그대로 넣어 두 조로 나누면 됩니다.

부분 고정은 가능한 편성의 범위를 좁힙니다. 그래서 한쪽에 몰린 것처럼 보이는 결과가 줄어듭니다. 대신 지정 인원을 늘릴수록 랜덤은 형식이 됩니다. 여덟 명 중 여섯 명을 지정하고 두 명만 섞는다면 그건 이미 지정 편성이고, 도구는 명분을 만드는 장치로 쓰인 것입니다. 지정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지정을 랜덤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지정했으면 지정했다고 말하는 편이 뒤에 남는 말이 적습니다.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팀을 먼저 나누지 않고 자리를 먼저 뽑는 것입니다. 제비뽑기로 포지션 카드를 한 장씩 뽑고 그다음 팀을 나누면, 논쟁의 주제가 “누가 더 세냐”에서 “나는 이 자리를 맡았다”로 옮겨 갑니다. 자기 역할이 정해진 사람은 팀 구성에 덜 예민해집니다.

리롤 규칙을 판 시작 전에 정하는 법

다시 나누는 규칙은 재편성이 필요해진 순간에 정하면 늦습니다. 그 시점에는 지고 있는 쪽과 이기고 있는 쪽의 이해가 갈려 있어서, 어떤 기준을 꺼내도 한쪽 편들기로 보입니다. 그래서 첫 판을 시작하기 전에 아래 네 가지를 순서대로 정합니다.

  1. 연패 기준. 몇 판 연속으로 지면 다시 나누는지 숫자로 정합니다. 두 판이 무난합니다. 한 판마다 다시 나누면 편성이 의미를 잃고, 다섯 판으로 잡으면 그 전에 사람이 빠져나갑니다.
  2. 동의 범위. 재편성에 전원 동의가 필요한지, 진 쪽의 요청만으로 되는지 정합니다. 전원 동의는 사실상 재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기고 있는 팀이 동의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 팀 과반의 요청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3. 정기 재편성 주기. 승패와 무관하게 몇 판마다 무조건 다시 섞을지 정합니다. 세 판이면 충분합니다. 주기가 정해져 있으면 지는 쪽이 재편성을 요구할 필요가 없어지고, 요구가 없으면 그것을 거절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네 항목 중 가장 조용하게 작동합니다.
  4. 스왑 허용 범위. 편성을 통째로 바꾸지 않고 사람만 맞바꾸는 경우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정합니다. 양 팀에서 한 명씩 맞교환까지만 두고, 세 명 이상이 움직이면 재편성으로 봅니다. 맞교환은 옮기는 두 사람이 모두 동의했을 때만 인정합니다.

네 줄을 정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정하지 않으면 판이 끝날 때마다 같은 논의를 다시 합니다. 규칙을 결과보다 먼저 세워 두는 방식은 팀 나누기에만 통하는 요령이 아닙니다. 뽑기 결과를 두고 말이 나오는 상황 전반에 같은 원리가 적용되고, 그 부분은 추첨 분쟁을 줄이는 규칙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채팅에 고정할 한 문단

정한 내용을 말로만 두면 세 판 뒤에 사라집니다. 텍스트 채널 맨 위에 고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아래 문단을 그대로 붙이고 숫자만 상황에 맞게 바꿔 쓰면 됩니다.

내전 편성 규칙 (고정) 1. 팀은 팀원뽑기로 나눕니다. 나온 결과로 바로 시작합니다. 2. 승패와 관계없이 세 판마다 다시 나눕니다. 3. 같은 팀이 두 판 연속 지면 진 팀 과반 요청으로 즉시 다시 나눕니다. 4. 사람 교환은 양 팀 한 명씩 맞교환만, 두 사람 모두 동의할 때만 합니다. 5. 시작 시각에 음성 채널에 없으면 다음 판 대기입니다.

이 문단의 목적은 규칙을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그렇게 정했잖아”라는 말을 사람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누가 규칙을 상기시키면 그 사람이 편을 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고정 메시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늦게 온 사람과 중간에 나간 사람

편성이 흔들리는 원인은 실력 편차보다 인원 변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세 가지만 미리 정해 두면 대부분 정리됩니다.

정각 마감. 시작 시각을 하나 정하고, 그 시각에 음성 채널에 있는 사람으로 명단을 확정합니다. “한 명만 더 기다리자”를 한 번 받아 주면 그다음부터 기준이 없어집니다. 마감 시각을 지키면 늦게 오는 사람도 다음 주에는 시간을 맞춥니다.

대기열. 마감 이후에 온 사람은 도착한 순서대로 대기열에 적고, 다음 판 빈자리에 그 순서대로 들어갑니다. 순서를 적어 두지 않으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먼저 들어가게 되고, 그게 몇 번 반복되면 조용한 사람이 방을 나갑니다.

인원이 홀수가 될 때. 한 명이 빠져 수가 맞지 않으면 관전자를 정해야 합니다. 자발적 지원을 먼저 받고, 아무도 없을 때만 주사위게임으로 뽑습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뽑기를 먼저 돌리면 뽑힌 사람이 떠밀린 것처럼 느낍니다. 지원을 먼저 물으면 뽑기는 손 든 사람이 없을 때의 절차가 됩니다. 뽑을 때 직전 관전자는 후보에서 빼고, 관전한 사람에게는 다음 판 첫 자리를 보장합니다.

중간에 사람이 나가 한쪽 팀이 비면 남은 인원 중 누가 옮겨 갈지도 같은 순서로 정합니다. 지원을 먼저 받고, 없을 때만 뽑습니다.

내전이 아닌 자리에서 쓸 때

여기까지의 절차는 게임 밖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라집니다. 다시 섞는 빈도입니다.

스터디 조를 나눌 때는 한 번 정한 조가 몇 주 동안 유지됩니다. 세 판마다 다시 섞는 방식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터디에서는 부분 고정을 조금 더 쓰고, 대신 몇 주 단위로 전체를 다시 섞는 날짜를 미리 공지합니다. 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끝나는 날짜를 알면 그때까지는 버팁니다.

사내 동호회는 실력 편차가 게임보다 크고, 몸을 쓰는 종목이면 부상 위험도 있습니다. 섞기 전에 오늘의 참여 강도를 물어보는 단계가 하나 더 필요합니다. 무리하기 어려운 사람을 명단에서 빼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진행의 일부입니다.

반대로 팀 나누기로 정하면 안 되는 것도 분명합니다. 근무 평가, 성적, 승진 심사, 인사 배치처럼 결과가 기록으로 남고 나중에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배정은 뽑기로 정하지 않습니다. 추첨 결과에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왜 이 조였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자리라면 답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상황에 어떤 도구가 맞는지 헷갈릴 때는 추첨 도구 고르는 법을 보면 정리가 빠릅니다.

편성 규칙을 정해 두었는데도 결과를 두고 말이 길어진다면, 문제는 팀 나누기가 아니라 뽑기를 진행하는 방식 전체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추첨 분쟁을 줄이는 규칙에서 결과를 확정하는 절차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팀을 나눠야 하는지 한 명만 골라야 하는지부터 헷갈리면 추첨 도구 고르는 법이 더 빠릅니다. 지금 바로 돌릴 거라면 팀원뽑기, 관전자나 순번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면 주사위게임으로 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