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마지막 순서에 경품 추첨을 넣으면 대개 예정 시간을 넘깁니다. 그런데 넘긴 시간의 대부분은 화면을 돌리는 동안 흘러간 시간이 아닙니다. 회차와 회차 사이, 결과가 나온 뒤 다음 항목을 준비하는 사이에 쌓입니다. 이 문서는 원판돌리기로 사내 워크숍이나 소규모 행사의 경품 추첨을 진행할 때 쓰는 큐시트입니다. 전날 준비부터 종료 후 공지까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를 시각 순서로 적어 두었습니다.
추첨이 늘어지는 원인은 장비가 아니다
진행이 끊기는 자리는 늘 같습니다. 화면에 결과가 뜬 직후입니다. 이름은 나왔는데 누가 호명할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몇 초 공백이 생기고, 그사이 객석에서 대화가 시작됩니다. 다시 주목을 모으는 데 드는 시간이 실제 공백보다 깁니다.
이런 공백은 회차마다 반복됩니다. 한 회차에 이십 초씩 밀리면 열 번을 돌릴 때 삼 분이 넘게 밀립니다. 삼 분은 일정표에서는 작은 숫자지만, 마지막 순서에서 밀리는 삼 분은 참가자가 자리를 뜨기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원인은 장비나 화면이 아니라 인계입니다. 결과가 나온 다음 호명, 캡처, 수령 안내, 다음 회차 항목 정리가 순서대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사이 담당이 비어 있습니다. 큐시트를 쓰는 목적은 진행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빈칸을 없애는 것입니다.
큐시트는 화면이 아니라 종이로 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 스태프가 자기 순서를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켜면 그 순간 객석에서는 딴짓으로 보입니다. 한 장으로 뽑아 각자 손에 들고 있으면 눈으로 한 줄만 훑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전날 준비: 화면과 장비
당일 아침에 처음 화면을 켜면 확인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래는 전날에 끝내 두는 항목입니다.
- 전체 화면으로 띄우고 뒷줄에서 읽어 봅니다. 진행자 자리에서는 잘 보이는 글자가 마지막 줄에서는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좌석 맨 뒤까지 걸어가서 확인하세요.
- 운영 기기의 알림을 모두 끕니다. 메신저 미리보기 한 줄이 스크린에 그대로 나갑니다. 알림 끄기는 무음 설정이 아니라 화면 표시를 막는 설정이어야 합니다.
- 절전과 화면 보호기를 해제합니다. 앞 순서가 길어져 대기 시간이 늘어나면 화면이 꺼지고, 다시 켜서 페이지를 찾는 동안 주목이 흩어집니다.
- 보조 기기를 한 대 준비합니다. 같은 페이지를 미리 열어 두고 항목까지 입력해 둡니다. 주 기기가 멈추면 설명 없이 바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예비 수단을 확인합니다. 행사장 무선이 참가자 접속으로 느려지는 일이 흔합니다. 휴대전화 테더링을 미리 연결해 보고, 그 상태에서 페이지가 열리는지까지 확인해 두세요.
- 항목을 미리 입력하고 캡처해 둡니다. 당일에 처음 입력하면 오타를 검수할 사람이 없습니다. 입력 완료 화면을 캡처해 두면 시작 전에 대조만 하면 됩니다.
- 경품 실물과 수령대 동선을 잡아 둡니다. 무대 앞을 가로질러야 받을 수 있는 위치면 회차마다 사람이 지나가느라 진행이 끊깁니다. 객석 옆쪽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갈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세요.
- 조명 조작 순서를 확인합니다. 앞 순서에서 조명을 낮췄다면 추첨 때 다시 올려야 화면과 객석이 함께 보입니다. 조명을 다루는 사람이 행사장 직원이라면 전날에 요청해 두어야 합니다.
당일 큐시트
시각은 추첨 순서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앞 순서가 밀려도 상대 시간은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 시각 | 진행 내용 | 담당 | 화면 상태 |
|---|---|---|---|
| 개시 -30분 | 전원과 전체 화면, 알림 차단 재확인. 보조 기기에 같은 항목 입력 | 화면 조작 | 대기 화면 |
| 개시 -10분 | 경품 목록과 회차 수를 MC와 최종 대조. 이름 오타 점검 | MC, 화면 조작 | 항목 입력 완료 |
| 개시 -3분 | 수령대 위치 안내판 설치, 캡처 담당 촬영 위치 확보 | 경품 수령, 캡처 | 대기 화면 |
| 개시 | 규칙 안내. 회차 수, 중복 당첨 여부, 부재 시 처리 방식 | MC | 규칙 안내 화면 |
| 개시 +1분 | 1회차 진행. 버튼은 화면 조작 담당만 누름 | 화면 조작 | 회전 중 |
| 회차 직후 | 결과가 멈춘 상태에서 캡처 한 장 | 캡처 | 결과 정지 |
| 회차 +20초 | 당첨자 호명과 수령대 안내. 동시에 다음 회차 항목 정리 | MC, 경품 수령 | 결과 유지 |
| 마지막 회차 | 전체 결과 캡처, 남은 경품 여부 안내 | 캡처, MC | 결과 목록 |
| 종료 +5분 | 미수령 경품 목록과 수령 기한 공지 후 화면 종료 | MC, 경품 수령 | 종료 화면 |
회차 직후와 회차 이십 초 뒤를 따로 적은 이유가 있습니다. 캡처가 끝나기 전에 화면을 넘기면 결과를 확인할 방법이 사라집니다. 캡처 담당이 손을 들어 신호를 주고, 그다음에 MC가 호명을 시작하는 순서로 고정하세요.
전날에 한 회차를 실제로 돌려 보는 것까지가 준비입니다. 항목을 넣고 버튼을 누르고 캡처까지 한 번 해 보면 화면 전환에 몇 초가 걸리는지, 캡처가 결과를 제대로 담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연습에 쓴 항목은 반드시 지우고 실제 명단으로 다시 채워야 합니다. 연습용 이름이 남은 채로 시작하는 사고가 가장 흔합니다.
스태프 네 명의 권한을 나누는 이유
MC는 말만 합니다. 화면 조작 담당은 버튼만 누릅니다. 캡처 담당은 회차마다 한 장을 남깁니다. 경품 수령 담당은 수령대에서 전달과 확인만 합니다. 네 자리를 나누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시선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말하면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보는 시선과 객석을 보는 시선이 계속 부딪혀 매 회차가 반 박자씩 늦습니다. 둘째, 책임 소재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기기를 만지면 누가 언제 눌렀는지가 흐려집니다. 이의 제기가 들어왔을 때 대답할 사람이 없어지는 상황이 가장 곤란합니다. 기기를 만지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이어야 합니다.
시작 십 분 전에는 네 사람이 모여 신호를 맞춥니다. 캡처가 끝났다는 신호와 다음 회차 준비가 됐다는 신호,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말로 주고받으면 마이크에 들어가므로 손 동작으로 정하세요. 신호가 없으면 MC가 매번 고개를 돌려 확인하게 되고, 그 동작은 객석에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인원이 부족하면 캡처를 경품 수령 담당이 겸하게 하고, MC에게는 아무것도 겸하게 하지 않습니다. MC의 말이 끊기는 순간이 곧 진행이 끊기는 순간입니다.
MC가 읽는 대사
대사를 정해 두면 회차마다 표현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줄은 이의 제기가 나왔을 때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미리 합의해 두세요.
대사에서 빼야 할 표현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온 뒤에 아쉽다거나 다음 기회가 있다는 말을 길게 덧붙이면 회차마다 시간이 늘어납니다. 당첨되지 않은 사람에게 건네는 말은 마지막 회차가 끝난 뒤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중간에 반복하면 남은 회차의 긴장이 먼저 풀립니다.
당첨자가 자리에 없을 때
행사 후반이면 자리를 비운 참가자가 반드시 나옵니다. 현장에서 정하면 회차마다 기준이 달라지므로 세 가지를 미리 정해 둡니다.
재호명 횟수. 두 번으로 고정합니다. 이름을 두 번 부르고 응답이 없으면 넘어갑니다. 세 번 이상 부르는 순간 회차마다 시간이 밀리고, 뒤로 갈수록 참가자도 지칩니다.
차순위 처리.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부재자를 항목에서 빼고 그 회차를 다시 돌리는 방식과, 회차마다 예비 순번을 한 명 더 뽑아 두고 부재 시 바로 넘기는 방식입니다. 참가 인원이 많으면 뒤쪽이 빠릅니다. 어느 쪽을 쓸지는 시작 안내에서 미리 말해 두어야 나중에 설명할 일이 없습니다.
수령 기한. 행사가 끝난 뒤 어디서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지 한 문장으로 공지합니다. 미수령 경품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주최 측이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사내 규정이나 주최사 방침이 있으면 그쪽이 먼저입니다. 이 도구로 만든 결과에는 법적 효력이 없어 규정이 요구하는 절차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규모가 커지면 바꿔야 하는 것
참가자가 수백 명인 행사에서 이름을 전부 원판에 올리는 방식은 화면에서 무너집니다. 항목이 늘어날수록 조각이 얇아지고 글자가 작아져 뒷줄에서는 읽히지 않습니다. 화면에서 읽히지 않으면 참가자는 결과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통보받은 것이 됩니다. 규모가 커질 때 바꿀 지점은 두 곳입니다.
- 번호표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접수할 때 번호를 나눠 주고 숫자추첨으로 번호를 뽑습니다. 화면에 숫자 하나만 크게 뜨므로 맨 뒷줄에서도 읽힙니다. 번호와 참가자를 연결하는 접수 명부는 스태프가 따로 들고 있으면 됩니다.
- 예선으로 후보를 줄입니다. 부서나 조 단위로 먼저 대표를 뽑고, 최종 회차만 원판으로 진행합니다. 원판은 후보가 열 개 안팎일 때 가장 잘 읽히고, 돌아가는 화면이 주는 긴장감도 그 정도 항목 수에서 살아납니다.
화면에 이름을 어디까지 띄울지도 함께 정해 두세요. 참가자 전원의 실명을 그대로 올리면 행사 사진이나 중계 화면에 명단이 통째로 남습니다. 성과 이름 한 글자만 쓰거나 접수 번호를 쓰면 호명에는 지장이 없고 화면에 남는 정보는 줄어듭니다. 어느 방식을 쓰든 시작 안내에서 한 번 설명하고 진행하면 됩니다.
참가자가 직접 뽑는 장면을 만들고 싶은 소규모 순서라면 제비뽑기 쪽이 어울립니다. 화면을 보는 것보다 직접 고르는 동작이 들어가면 결과에 대한 납득이 빨라집니다.